순천은 말 그대로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도시예요. 사람들의 말투도 느리고 풍경도 잔잔하고 하루가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. 그게 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.

그날 저는 모든 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서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. 대화도, 소음도 잠시 멈추고 그냥 조용히 나를 쉬게 하고 싶었어요.

그렇게 검색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 순천호빠였어요. 사실 ‘호빠’라는 이름이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요즘은 감성적인 공간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는 걸 알기에 용기 내서 들어가 봤어요.

내부는 순천의 분위기처럼 참 조용했어요. 부드러운 조명과 말 없이 흘러나오는 음악. 사람은 있었지만 소음은 없었고 그게 가장 위로가 되었어요.

혼자 왔다고 하자 스태프는 말없이 가장 한적한 자리로 안내해줬어요. 필요한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주는 그 배려가 기분 좋게 스며들었죠.

무알콜 칵테일을 시켰어요. 복숭아와 라벤더가 어우러진 향긋한 음료. 한 모금 마시자 오늘 하루의 무게가 살짝 내려앉는 느낌이었어요.

호스트 분도 제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자 아무 말 없이 그저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있어주셨어요. 말 없는 동행이 이날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했어요.

순천호빠는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에요. 그냥 앉아만 있어도 감정이 정리되는 시간.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어요.

좌석 간 간격도 넉넉했고 시선을 마주치지 않게 설계된 구조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편안했어요.

중간쯤, 조용히 눈을 들었을 때 호스트 분이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. “지금처럼, 그냥 계시면 돼요.” 그 말이 마음에 툭 하고 내려앉았어요.

밖으로 나왔을 때 순천의 바람은 부드러웠고 조용한 거리 풍경이 오늘 제 마음을 닮아 있었어요.

순천에서 조용히 머물고 싶은 날이 있다면 이곳을 추천해요. 순천호빠는 느리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내 감정도 함께 멈출 수 있었던 고마운 공간이었어요.